새로운 품종의 구아바를 탄생시킨 선구자
김수은 기자
충북 음성군 한국구아바본가경원농장 이기현 대표
모양과 이름도 생소한 아열대 과일 구아바가 국내에 알려지기 전부터 구아바 재배를 시작한 이기현 대표. 국내 최초로 온대 기후형 구아바 재배에 성공한 그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신품종을 개발하고 농가에 보급해왔다. 구아바 재배 2세대들에게도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영농 철학으로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이기현 대표를 만나보았다.
충북 음성군 한국구아바본가경원농장 이기현 대표
지난 1991년 우리나라에 구아바를 최초로 도입한 이기현 대표는 30년 동안 고품질 구아바를 재배하며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고온다습한 나라에서 재배해온 구아바를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알맞은 품종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손쉽게 재배하기보다 실패를 하더라도 ‘더운 지방의 구아바 생산 방식과 차별화되는 우리나라만의 재배 기술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다해 구아바 재배 방법을 확립했다.
한국구아바본가경원농장 내부 전경.
국내 최초로 한국형 구아바 재배 성공
충북 음성군에서 약 5000㎡(1512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한국구아바본가경원농장, 기현구아바약목원)하며 구아바 재배 신기술을 전파하고 있는 이기현 대표는 서울 내곡동에서 관엽식물을 재배하는 농부였다. 그가 구아바를 처음 접했을 때는 색깔이나 무늬가 아름다워 분화용으로 키우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한국형 구아바를 만들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벤자민을 키우며 화훼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구아바를 매혹적인 관엽식물로 생각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죠. 관엽식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하다보니 구아바가 약용 작물로서 가치가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실증 재배에 착수했습니다.”
구아바 열매.
구아바 재배에 성공하기까지 그는 매년 수십 주의 구아바 나무가 얼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했고, 불철주야 연구하느라 건강을 해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그는 1997년 한국형 구아바 재배에 성공했으며 이후에도 재배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해나갔다.
“구아바가 아열대 작물이라는 관념과 상식에 갇혀있었다면, 한국형 구아바 신품종을 개발할 수 없었을 거예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와 겨울철 추위를 버텨내는 재배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현골드 2호
기현그린
끊임없는 연구개발 끝에 이 대표는 2002년 ‘구아바의 재배 방법’을 특허 등록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산 신품종을 잇따라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품종은 ‘기현레드’, ‘기현골드 1호’, ‘기현골드 2호’, ‘기현골드 3호’ 등이다.
당뇨병 개선과 항산화 효과 뛰어난 구아바잎차 개발
구아바는 당뇨병 개선과 항산화 효과 등 기능성이 우수해 약용 나무로 재배되고 있다. 잎과 과일에 오렌지의 5배나 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고, 비타민A, B도 풍부해 비타민의 제왕으로 불린다. 섬유질과 철분, 칼슘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실을 껍질째 먹고 잎도 차로 가공해 마시는 구아바는 약용 작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 대표는 작물보호제를 쓰지 않고 100%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또, 토양에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게르마늄을 살포해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구아바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으로 만들어준다. 그는 구아바 과일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잎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항암, 당뇨병 개선,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폴리페놀이 함유된 잎을 롤(Roll) 형태로 가공해 차로 만들어 공급한다. 이 가공법 역시 이 대표가 개발한 것으로 판매 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구아바 잎 상태를 확인하고 곁순을 다듬고 있는 모습.
“구아바 잎을 채취해 당시 경희대학교 한의대에 재직했던 안덕균 교수에게 의뢰해 성분 분석을 했어요. 약용 작물로 활용하기 위해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특히 채취 시기에 따라 구아바 잎이 당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밝혀내고 싶었어요.”
성분 분석 결과 2월에 수확한 잎이 당뇨병 개선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그는 열대 지방에서 생산한 구아바 잎과 자신의 농장에서 키운 구아바 잎에 함유된 폴리페놀 정량에 대한 비교 검출 실험도 진행했다. 세명대학교 한방식품영양학과에 의뢰해 실험한 결과 일교차가 크고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산 구아바가 60~70% 가량 폴리페놀 함량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게르마늄을 공급하고 흙을 부드럽게 하는 모습.
신품종 육종과 혁신적인 영농 철학으로 재배 신기술 전파
한국구아바본가경원농장(www.guava.co.kr)에서 생산된 구아바는 대부분 직거래로 출하된다. 과일은 출하되기 전에 대부분 주한외국인 등 다문화가정 고객들이 선점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구아바 과실은 연간 2.5t, 건조된 잎은 330㎡(100평) 당 120kg이다. 구아바잎차는 300kg(이중 롤 형태로 가공된 잎차는 80kg, 나머지는 벌크로 출하)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잎은 서울약령시장으로 출하되며 직거래로도 판매된다. 그는 구아바 묘목도 공급하고 있다. 연간 1000~2000주의 묘목을 가락시장과 직거래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롤 형태로 개발한 구아바잎차.
“지금은 재배 규모를 줄였어요. 앞으로는 고품질의 한국산 구아바 맥을 잇는 농부를 양성하고 싶어요.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이들보다 그동안 재배한 기술을 전수받아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 한국산 구아바의 우수성을 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농부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30년 전부터 농산물의 기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는 대를 이어 구아바 농사를 짓기 원하는 이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넨다.
“10년을 앞선 혜안이 필요해요. 이미 나온 전망을 보고 작물을 선택하면 너무 늦어요.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 남들이 재배하는 유망 품종을 선택해 농사를 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성공을 원한다면 관행농사에 얽매여 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자연을 조화롭게 활용해 혼을 담아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한국산 구아바 재배 선구자로 그가 걸어온 길이 재배 기술을 발전시키고 세계로 전파하는 탄탄대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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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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